살며 사랑하며...

준비되는 눈물,,

gmtn 2012. 6. 26. 13:55

 

      준비되는 눈물 -전원구-



      옛날에 영동에 살땐데
      동생하고 고기를 잡으러 갔다가
      고기 잡는데 정신이 팔려서 너무 멀리까지 가버렸다.....

      날이 너무 어두워 져서
      칠흙같이 어두운 길을 따라 집으로 오는데
      점점 무서워 지기 시작했지.....

      처음엔 무서운 티를 안내려고 쓸데없는 얘기도 하고 그랬는데
      자꾸 뒤도 돌아 봐지게 되고.....
      나중엔 온몸에 한기가 들 정도로 무서워 지더니
      이내 둘다 말이 없어졌어....
      그런데도 서로 무섭다는 말을 못했지
      그래......아마 사랑 이었을 꺼야....

      그래서 내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했지


      ...먼곳에서
      ...흘러온
      ...초저녘별 하나가
      ...느티나무 가지위에
      ...나를 보고 멈추면........


      정구도 무서웠는지 조그맣게 내노래를 따라 불렀는데
      그때서야 서로 상대방이 무서워하고 있는것을 눈치 채고는
      노래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이내 고래고래 질러대기 시작했지..

      들어보면 알겠지만
      이노래는 질러서 되는 노래가 아니거든...


      .....오늘도 오 오오오오~~~~도도..독독


      이빨이 마구 떨리기 시작했는데
      누가 먼저랄것 없이 뛰기 시작했어...

      정말로 눈앞의 아스팔트 길이
      하늘로 솟아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뛰어도 뛰어도 끝이 없었지...
      고기잡는 족대와 주전자는
      왜 그리도 무겁고 걸리적 거리는지...

      어찌어찌 불빛이 있는 곳까지 왔는데
      다짜고짜 정구를 두들겨 팼지

      무서워 죽겠는데 먼저 뛰었다고....

      내성격 알겠지만
      정구가 먼저 뛴것이 아닐수도 있는데
      내가 먼저 뛰지 않았다는 분위기를 위해 그냥 팬거지...

      하옇튼 좆나게 패니까
      정구는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데...
      그제서야 때리는걸 멈추고
      다음부턴 그러지 말라는 표정을 지으며
      집으로 왔지

      때린거 집에가서
      말하지 말라는 협박도 잊지 않았고....

      20년도 넘게 세월이 흘렀는데
      정말 너무 눈에 선해...
      그 뒤로도 병으로 찔러서
      30 바늘도 넘게 꼬맨적도 있었는데
      그때도 내게 미안하다고 했어

      그래........
      지내놓고 봐도 참 독선적이었지....
      정구에게 과연 나는 어떤 존재였을까.....

      하늘나라로 떠나보낸지 수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한번씩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이시간에도 나는.......

      또....
      다른 눈물을 준비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1995.5 지리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