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지리산 노부부........

gmtn 2012. 6. 19. 12:52

 

 

 

 

 

 

 

 

 

 

 

 

 

 

 

 

 

 

 

 

 

 

 

 

 

        산빛은 수심을 재지않고

        강물에 내려 않는다.

        강물은 천년을 흘러도

        산빛을 지우지 못한다.

        일테면 널잊는일이 그럴까...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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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정리할일이 있어 무작정 차를 몰고 집을 나섰습니다.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지리산이라는 팻말을 보고는 핸들을 꺽어 중산리 쪽으로 향했습니다.

산이며 계곡이며....날이 저무는것도 잊고 돌아다니다가  잘 가꾸어진 집을 발견하곤

문을 두드렸습니다. 

"저어~~ 계십니까??"

"누구신지???"

할머니가 나오더니 고개를 갸우뚱 하십니다.

"집이 하도 이뻐서요....

날이 어두워서 잘데도 없고.....몇일 쉬어 가고 싶은데 안될까요?"

"혼자 오셨수? "

곧이어 할아버지도 나오고.....

우두커니 서있는 내 모습을 아래위로 쳐다보고는 들어오라 하시더니 2층으로 안내를 해주십니다.

 

이렇게 인연이 되어 그곳에 묵게되었는데 그곳 노부부와 어찌어찌 한달여 정도를 같이 지내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인근 계곡으로....산으로..산책이나 다니고 했었는데 나중에는 심심해 지더군요.

그러다 나중에는 밭에 따라나가 작설차도 따기도 하고 고구마도 심고 하면서 같이 생활하다시피 하게되었습니다.

인근 덕산에 장날이 되면 할아버지를 따라 장에 나가서는 장도보고 약주도 거나하게 한잔씩 하고 돌아오곤 했지요.

그러면서도 혼자서 지리산까지 찾아온 나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묻지 않으십니다.

 

어느날  덕산 장엘 갔다가 할아버지를 모시고 목욕탕엘 들렀습니다. 

때를 밀어드릴려고 "돌아 앉으세여.."했더니

뒤를 돌아 한번 물끄러미 쳐다보곤 이내 등을 내밀었습니다.

등을밀고..앞으로 돌려세웠더니 쭈글쭈글한 고추가 창피하지도 않은지

내가 때미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만 보십니다.

 

"아저씨... 우리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요 살아계실때도 아버지 등을 한번도 밀어본적이 없는데요..

새삼스럽습니다요....."했더니,

"왜 아버지 생각이 나?" 하십니다. 정말로 아버지 생각이 나데요.....

목욕을 끝내고 기왕 내친김에 발톱까지 깍아 드렸지요..

"허허 그러지 않아도 배가 나와서 발톱깍기가 힘들었는데.." 하시면서 "전군 내가 짜장면 한그릇 살께" 하면서

손을 이끄십니다.

"아저씨! 나도 나이 오십을 바라보는데 전군이라니요!! 앞으론 전사장이라 부르세요! 험험!"

"아..그렇군 알았어! 알았어! " 하시면서 아저씨가 꼭잡은 손에 이끌려 짜장면 집으로 끌려가다 시피하여

짜장면을 얻어 먹고는 또 술이 거나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할머니가 2층 내방을 몇번씩이나 기웃거리며 먹을걸 디미는 것을 보니 아마 오늘 있었던 얘기를 할머니에게 한 모양입니다.

 

그날 저녘에 할아버지가 이층 내가 묵고있는 방으로 올라와서는 "전군 내려와서 차한잔 해라" 하시길래

씨익 웃고는 따라 내려갔습니다. 씨~~맨날 전군이래...

 

커피를 마시면서도 시무룩하니 별로 말씀이 없으십니다.

"두분이 요즘 잠도 안주무시는것 같던데요...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습니까?" 했더니

며칠후에 할머니 생신인데 몇일전에 마산 큰아들이 들렀을때 생일인걸 모르는것 같아서

생일이라고 얘기를 해줬더니 며느리에게 전화가 왔더랍니다.  생신 축하한다고요...

생신때 마산 즈그들 집으로 와서 저녘 같이하자고요..

사실은 팔순생일 이었는데 생일이라고만 말만 해놓고 이제는 팔순이라고 다시 말할 입장도 아니라면서

할아버지가 할머니한테 미안해 죽겠다는것입니다.

생일이라고 말만하면 알아차릴줄 알았는데 아들도 그렇지만 며느리까지도 팔순이라는것을 모르는것이

무척 속상했나 봅니다..

 

"아저씨..."

"왜??"

"자식이 셋이라면서요? 혹시 그중에 눈에 밟히는 자식은 없어요?"

"................"

 

"팔순이고 뭐고 다아 때려치우고 죽기전에 눈에 밟히는 자식이 있으면 그놈이나 한번 보고오세요.

"야..전군! 그거 좋은생각이다!!"

 

그런데 이런 제기럴....보고싶은 딸이 하나 있는데 김포랍니다.

할아버지가 연로하셔서 가보고는 싶지만 너무 멀어서 갈 엄두가 잘 안났답니다.

좋다 그까이꺼!!  "오면서 이곳저곳 구경도 할겸..내가 운전해 드릴께요.."

 

김포 막내딸네집에 가기로 하고 그다음날 덕산장엘갔는데 좌우지간 이것저것 챙긴것이 차로 하나가득 되었습니다.

드디어 팔순생일날 마산사는 며느리가 언제올거냐고 전화가 온 모양인데 "고마됐다"하고선 우리셋이 김포딸네집에 갈려고

차에 올랐습니다.

 

딸은 나이가 마흔둘이라는데 유기농 자연식만 취급하는 한정식집을 하고 있었습니다.

식당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데 저쪽에서 딸의 모습이 보이자 할머니가 갑자기 선그라스를 꺼내 쓰시는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딸이 다가와 인사를 하고...몇마디 말을 건네는데 할머니는 딸을 보더니

"쫌 말랐네...? "

"응 엄마."......

할아버지는 그래.....응응..하더니 이내 셋다 말이 없습니다.

얼핏 선그라스 안으로 할머니의 눈에맺힌 눈물이 보였습니다.

세명모두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쓸데없이 딴곳도 쳐다보고 하면서 한동안 서먹서먹한 시간이 지나고...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이층 딸이사는 살림집으로 올라갔습니다.

 

어?

집은큼지막한데 도무지 다른사람의 흔적이 보이질 않습니다.

 

아~~ 그래서...

그렇구나....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습니다.

서두에 적힌 시구절이 식당 화장실마다 적혀있길래 적어서 올려봤습니다.

사랑.... 그렇게 애타하고 아파할 사랑을 왜 하고 왜 또 버리는지...

 

불사일물(不死一物)이라 했습니다. 세상엔 어느 한가지라도 버릴것이 없다는 말입니다.

하찮은 사물도 그럴진데 한때나마 사랑했던 내님이야 어찌 말로 다 하겠습니까...

 

다음날..

출발할때 딸이 조그만 봉투를 내게 내밀었습니다. 엄마 아빠께 잘해줘서 고맙다고...

열어보니 5만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우이씨~~~누가 돈달래?

 

"엄마한테 아픈모습 보이지 말아요.." 하고 귀띰하곤 시동을 걸었습니다.

백미러로 보니 잘가라며 흔들던 작은 손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내려올땐 유성온천으로 서해안으로 두루두루 들려서 내려올 예정이었으나 논스톱으로 지리산까지 그냥 내려왔습니다.

지리산 까지 내려오는 내내 할머니는 눈물을 훔쳤습니다.

 

나어릴땐 부모사랑 모르고 나늙으면 아파하는 자식 걱정하고..

쳇바퀴같이 도는 부모 자식사랑을 보면서 철없는 내딸 걱정이 앞섭니다.

나도 그와같이 살게될겁니다.

 

04.5


 

어찌어찌 한달을 묶게 되었던 집의 전경입니다.  2층이 제가 썼던 방입니다.

 

마당 정원입니다. 사진에는 안보이지만 마당 한켠에 찜질방도 만들어 놓았더군요. 한달에 15만원 정도의

전기세를 감수하면서도 일년내내 불을 끄지 않습니다. 덕분에 신선놀음만 하다 왔습니다.

 

2층 내가 묶었던 방입니다. 컴퓨터는 죽어라고 가지고 댕깁니다.

 

내가 사용하던 거실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내외분과 함께 밭에 나가서......고구마도 심고..작설차도 따고.....

덕분에 한달간의 밥값을 반만 내어도 되었습니다.ㅋㅋㅋ

 

인근에 있는 계곡입니다. 시원하죠? 핀트가 맞지않아 사진이 조금 흐리지만 실제 풍경은 정말 멋집니다.

 

가끔 100원짜리 고스톱을 치러 오시는 동네 어르신들.... 오른쪽에 계신 여자분은 연세가 60이 넘은 분인데

고스톱 치자며 100원짜리를 한가득 넣어둔 고스톱 전용 유리병을 들고 오십니다.

 

김포 딸내 집으로 출발하기 전....

 

김포 딸내집에서...

두분 내내 행복하시길......

 

혹시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김포 딸내집을 아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글 내용이 두분의 마음을 아프게 할까 걱정 스럽습니다.

혹 아시는 분이라도 말을 아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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