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이노무 시키 !!!

gmtn 2012. 6. 19. 12:17




    어제는 애엄마가 모임이 있어
    집에 6학년짜리 아들녀석과 둘이만 있게 되었다.



    이제 고1인 딸은 10시가 넘어야 집에오니
    요즘은 얼굴보기도 힘든다.
    그리고 내한텐 영 무관심이다.



    암튼 아들녀석과 둘이 TV만 보다가 밥을 먹을려고 보니
    밥이없다.



    새로 밥을하기도 뭣하고 둘이서 돼지갈비 집에를 갔다.
    주인이 와서 뭘먹겠느냐고 묻길래
    내가 돼지갈비를 시킬려고 하는데
    아들녀석이 갈비살을 시킨다.(아들은 돼지갈비 광이다)



    내가 아들보고 왜 돼지갈비를 안시키고
    갈비살을 시키느냐고 물었더니
    "아빠는 갈비살을 더 좋와하잖아요" 한다.



    어허~ 이녀석 봐라?!!
    소주한병을 시켜놓고...



    어른에게 술따르는 법......
    누나하고는 잘 지내는지.....
    등등을 얘기하며 꽤 오랜시간을 앉아 있는데도
    이녀석 끝까지 자세를 흐트리지 않는다.
    산만하기 그지 없었던 녀석 이었는데
    딴에는 어른스럽게 보이려 하는것 같아서
    피식~~웃음이 난다.


    내가 갈비살 옆의 납딱하고 잘익은 감자는 놓아두고
    꽁다리부분의 못생긴 부분을 가져왔다.



    근데 소주한잔을 들이키고 나서 보니
    납딱하고 잘생긴 감자가
    내접시에 와있고 아들녀석이
    못생긴 감자를 말없이 먹고있다.
    일부러는 아닌것 같고 어린애 취급 하지 말라는 듯이
    아주 태연스럽게 먹고 있다.



    이눔시키!
    지생각엔 내가 벌써 보호대상자로 보이는 모양이다.

    암튼 기분좋게 한잔 꺽고나서는 아들녀석의 손을잡고
    집으로 돌아오니 사르르 잠이온다.
    아들녀석도 내옆에 누웠다.


    눈꺼풀이 마악 내려오는데
    거실에 불이켜져 있어서 아들녀석보고
    "거실에 불좀끄고 온나" 했더니
    이녀석 등을 돌린채로 누워서
    "아직 엄마하고 누나하고 안들어 왔잖아요" 한다.



    그러고 보니 내가 좀 늧게들어 왔을때도
    항상 불이 켜져 있었던것 같다.
    등을 돌리고 자고있는 녀석을 보면서



    이녀석 정말 많이 컸구나...



    그래 ....
    내가 사업이 어려워 정말 힘들어 했을때도
    저녀석이 큰 힘이 되었었다.
    오히려 아빠에게 짐이되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안타까울때도 있었던것 같다.


    주어진 여건에 감사할줄 알고
    닥쳐올 난관에 의연할줄도 알며
    매사에 긍정적인 모습의 아들녀석을 보면서



    내가 살아온 지난세월이
    그냥 덧없이 흘러간것만은 아닌것 같아
    가만히 자고있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본다.




    짜~식이
    나를 닮아서 말이야.....



    2003.7.

 

2007/05/1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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