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아주 오래전에....딱 3일만이라도 내 시간을 가져 봤으면......하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습니다.우리 남자들이란게....날새면 출근하고 어두워 지면 들어오고.....부모님 눈치보랴마눌에...자식에...가끔 동생들도 디다봐야지......좀처럼 쉴 틈이 생기질 않습니다.또 어쩌다 쉬는날이다 싶으면 얘들 등살에 놀이공원이다 어디다 해서 끌려다니기 일쑤였지요....그래서...마눌한테 따악 3일만 혼자 있게 해달라고 해 보았습니다.멀뚱멀뚱 쳐다 보더니 자기가 생각해도 불쌍해 보였는지 그러라고 하더군요.옷 몇가지와, 낚시대등을 챙겨서 차에다 싣고는혹여 마음이 바뀔까봐 뒤도 안돌아 보고 집을 나섰습니다.막상 집을 나섰는데 갈곳이 없더군요...갈곳을 정하지도 않고 집을 나서다니....아파트 놀이터 옆 시계탑 밑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생각했습니다.그때 문득 생각난 곳이 욕지도였습니다.충무에서 약 두시간 가량 배를 타고 들어가야하는데배에다 차를 싣고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충무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배에다 차를 실어놓고 갑판위로 올라갔습니다.그런데 영~~~집에계신 엄마 생각에....마눌에...자식에...온통 미안한 마음으로...이건 해방이 아니라 또다른 구속의 시작이었습니다.어찌되었든...배가 출발하고 얼마 안있어서 음악이 나오는데 어?유람선이라는게 타본 사람은 알겠지만 통상 "돌아와요 부산항에" 같은 뽕짝류의 음악들이 대부분인데특이하게도 분위기 같지 않은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이었습니다.선장실로 들어가 노래제목을 물었더니휴가나온 선장님의 아들이 아빠 따라 나섰다가가지고 나온 테이프를 틀었다는데지금 듣고 있는 이음악.......니콜키드만의 Somethin Stupid였습니다.지지난 토요일에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어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열차를 타고 여행을 하는것이 얼마만인지도 모를만큼 오랜만인것 같습니다.좌석을 확인하고.....미리 사두었던 신문과... 과자와...음료수 등을 꺼내놓고 자리를 잡았습니다.이상한 설레임이 밀려옵니다.덜컹~~열차가 출발하는데가슴이 마악 벅차 오르는게...그 설레임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아...내 나이에도 아직 이런 설레임이 남아 있었나?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편안함이 엄습해 왔습니다.그 해방감과 편안함에 취해 등받이에 몸을 파묻고 있다가구포를 지나 밀양 즈음을 지나면서앞자리 포켓 안에 들어있던 헤드폰을 꺼내 귀에다 꽃았습니다.어??갑자기 온몸이 찌르르 해지면서....그냥 눈을 감아버렸습니다.그때 그노래....그동안 잊고 있었던......아빠와 딸이 함께 불렀다는 바로 그노래.......니콜키드만의 Somethin Stupid였습니다.이유없는 감동이 밀려옵니다.왜 꼭 혼자일때만 이 음악이 다가오는건지....특별하다는 의미가 주어집니다.이 여유를...이 행복을...곧 있으면 또 영동에 갈일이 있습니다.서울 친구들은 버스를 대절할 모양입니다.친구들과 같이 여행을 하는것도 좋겠지만혼자 떠나는 여행이라 해도...결코 외롭지 않습니다.부울경 친구님들....서로 멀리있어모두 모여 함께 갈 수 없더라도혹여....혼자 출발한다 하더라도혼자면 혼자대로 멋을 부릴 수 있습니다.천태산에서 만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