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현 병영일지

아빠편지 7

gmtn 2012. 7. 10. 10:31

보고싶은 현아야 !

 

어제는 어버이날 선물과 함께 네가 입영 갈때 입고 갔던 옷이 왔더구나.

옷이 도착하면 엄마가 보기 전에 내가 먼저 뜯어서 세탁기에 넣을려고 하다가

엄마한테 눈총 받을까 싶어 엄마 올때까지 뜯지 않고 두었었는데

엄마가 퇴근하고 와서는 차마 쳐다 보지도 못하더니 씻고 옷 갈아입고 할거 다하고 나서야

내가 잠깐 한눈판 사이 박스를 네방으로 가져가서 엄마가 뜯어 보기 시작했는데...

엄마가 네옷을 부둥켜 안고는....그 다음은 알지 ? 나도 순간적으로 울컥했다.

자식이 뭔지....갑자기 보고싶은 생각도 들고....지금은 무얼 하고 있을까....

자고 있는지...아니면 누워서 눈만 말똥거리고 있는지...편지를 쓰고 있을까?

아니면 연병장에 집합해서 벌을 받고 있는건 아닌지....

우리때는 입소하자 마자 뒹굴어서 옷이 온통 흙더미 인채로 보냈었는데

그나마 입고 갔던 그대로 깨끗하게 와서 마음이 훨씬 낫다.

우리때도 편지를 못쓰게 해서 조교가 눈치 못채게 새끼 손가락을 깨물어서 혈서로

옷을 뒤집어 주머니 안쪽에다가"엄마 사랑해요" "잘있어요 걱정 하지 마세요"

라고 딱 두줄 적어서 보냈었는데....

혹시나 아빠가 했던대로 편지라도 있을까 싶어 옷 안, 밖을 이잡듯이 뒤졌는데

편지는 없더구나. 엄마는 또 편지는 보내도 될텐데 편지도 못쓰게 했다고

국방부 욕을 엄청 해댄다.

현아야....

전에도 말했듯이 항상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다음을 대비할 수 있다.

훈련소 입장에서는 너희들이 잠들기 전에라든지...옷을 보내고 난 뒤의 훈련병 들의

마음을 모두 다 알고 있다. 그런 감상적인 마음은 훈련에 도움이 안되기 때문에

더욱더 정신없이 훈련에 임하게 해서 잡념을 없애려 하는것이 기본이다.

지금이야 그렇지 않겠지만 우리때는 느닷없이 불러내어 앞으로 굴러, 뒤로 굴러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밤낮 없이 온갖 얼차례로 녹초를 만들어 밤에는 가족이나 집생각을

할 새도 없이 잠들어 버리곤 했다. 그게 기본 방침이고 그것이 군에서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감상에만 젖어 있다가는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뿐더러 사회에서는 억지로라도 감상에 젖지 못하도록 말리는 사람도 없다.

이미 알고 있겠지 ?

현아야....정말 사랑한다. 그리고 보고싶다.

나도 이렇게 네가 보고싶을 줄 몰랐다.

그동안 혹 엄마나 아빠가 그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모자라서, 

또는 네가 생각하고 있는 방식과 달라서 마음이 상했다 해도 이해해 다오.

사랑한다 아들아. 2011. 5. 8일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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