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끝없는 사랑..........동백섬에 숭어낚시를 다녀오다(09.09.06)

gmtn 2012. 6. 28. 11:34

새벽 5시에 일어나 모처럼 집에서 쉬는 마눌이 깰까봐 조심조심 낚시가방을 챙겨곤하게 자고있는 마눌을 뒤로하고 해운대로 향했다.

같이 가면 좋을텐데......

집사람은 1, 3주만 쉬는 직장이라 다섯째주까지 있는 지난달에는 마지막 주를 쉬지못해 오늘은 3주만에 쉬는날이다.

 

낚시를 하다가 고3인 아들이 학교갈 시간이 되어 10시쯤 집으로 전화를 하니 받지를 않는다.

아마 늘어지게 잘 모양이다.

 

오전에는 잠잠하다가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숭어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쿨러가 가득차고... 배도 고프고해서 라면이라도 같이 끓여 먹고싶어 집으로 전화를 했더니 "쫌, 잡았어?" 한다. 

"조금 잡아놨는데  나와, 숭어회 해줄께"했더니 아들도 없는 집에 심심했던지 바로 OK한다.

동백섬 바닷가 그늘진 곳에 자리를 잡고 회를 준비하는 동안 마누라는 고동과 게를 잡느라고 바위에 미끄러져

복숭뼈가 다 까지면서도 정신이 없다.

잡아놓은 숭어를 다듬어 회를 만들어 주었더니 잘도 먹는다.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소주한잔, 맥주한잔.....모처럼 야외에 나오니 엄청 좋은가보다.

 

전어나 숭어낚시는 미끼가 필요없어 낚시하는데도 돈이 들지 않는다.

소주한병, 맥주한캔, 깻잎, 상추, 마늘 고추 다해봐야 만원될라나??

그래도 바로 인근에 돈안들이고 올수있는 이런데가 있어 다행이다 싶다.

그동안 직장 다닌다고 이나마도 자주 같이하지 못해 미안한 생각이 든다.

 

이런저런 애기에 저녘무렵이 되어서야 짐을 챙겼다.

발에 모래가 묻어, 마누라를 돌맹이위에 올려놓고 바닷물에 행군 발을 수건으로 닦아주고 신발을 신겨주었는데

별로 고마운 기색이 없다.

막 돌아서려는데 멀찌감치 앉아있던 60대 노인 두분이 커피한잔 하고 가란다.

마눌은 들은척도 안하고 저만치 가고있다.

선채로 커피를 받으면서 "두분 부부세요? "했더니 친구란다. ㅋㅋ  "아이고 좋와보입니다" 했더니

거꾸로 우리가 너무 부럽단다.  좋은 분들이다.

 

집으로 돌아와 마눌이 빨래를 정리하는 동안 노트북을 열고 오늘 디카와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정리하고 있는데

슬그머니 침대옆에 앉더니 등뒤에 대고 "자기야..."한다.  "왜?" 

"나중에라도 내가 죽은 다음에 딴여자한테 발닦아주고 그러면 안된데이...."

뭐?  이게 왠 뜬금없는 소리고?......

"왜? 죽고나서 한밤중에 나타나 문을 열었다 닫았다, 불을 껏다 켰다,  집도 흔들고 그럴려고??" 했더니

"하옇튼 그냥..."하면서 방을 나간다.

가만 생각해보니 아까 발닦아주고 신발신겨줄때 생전 안하던 짓을 하는 내가 이상했던 모양이다.

한참을 생각하니 갑자기 웃음이 나와 혼자서 키득키득 웃고 있으니 방을 삐끔 들여다 보며

"왜 웃는데?" 그런다.  

"그래서, 니 죽고나서 바람필까봐 발닦아주고 신발 신겨줄때 아무말 안하고 있었나..... 아이고 배꼽이야...."그랬더니

"아까 커피준 그사람들이 다 보고있었단 말이다. 특히 그여자가.... 커피를 그냥 먹으라 한기 아이다"한다.

"아니? 그라면 더 좋은거 아이가?  고마워해야 할 일이구만... 그럼 다음부터 발 닦아주고 그런거 하지마까? " 했더니

"아니 뭐...당연히 고맙지. 해도 되는데 딴 여자들 볼땐 하지 말라꼬....알았제?" 하고는 또 휭하니 나간다.

 

큭큭....아니, 아직도 내가 바람필까봐 저나이가 되어서도 그러는가 싶어 웃음이 나온다.

그냥 좋으면 좋다고 할것이지 지 죽고 난다음까지 걱정하는건 뭔데......

 

옛날에 젊을때 내가 다른 여자들한테 사근사근하면 친근감있게 하지말라고 뭐라하고, 무뚝둑하게 그냥 있으면

자기가 처녀때 무관심한것 처럼 보이는 그무뚝둑한 매력때문에 날 좋와하게 됐다면서 바가지를 긁어대는 통에

뭘 어떡하라는 거냐고 엄청 싸웠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얼마나 나를 사랑하면 저나이가 되도록 저럴까.....

마누라의 저 끝없는 사랑과 질투에 무한감동을 느낀다.

다시한번 지난세월이 고맙고 미안하다.

싸랑한데이~~~

 

 

잡아놓은 숭어를 꺼내서....

 

요놈부터 잡는데이~~

 

이놈들이 눈을 감고있으면 좋을텐데.....고기야 미안하다....

 

회를 준비하는 동안 고동을 발견한 마눌..., 이때부터는 정신이없다.

 

또 잡는다이~~

 

깊은 물엔 고동이 더 많을거야......암만....

저쪽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 있는 사람들이 왠지 측은하다. 멀리서 온사람도 있을텐데 물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계속 미안....

 

이크,  큰 께(게)다

 

자기야, 여기 큰 게도있다.  에구....신랑이 회뜨고 있는데 시다바리나 할일이지.....

 

바닷물에 깨끗이 씻어설라무네......제법되는군....이정도면 되겠지?  싱싱하다

 

자....먹어볼까?

 

 

깻잎에 괴기두점, 마늘한점, 고추올리고....   저 뒤에 보이는 친구 사이라는 두분.....얘기가 끝이없다.

 

볼테기가 뽈록하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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