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아쉽고 무거운 엄마사랑.......

gmtn 2012. 6. 30. 09:41

 


집사람으로 부터 장모님이 허리수술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
지난 토요일에 진주 처갓집을 다녀왔습니다.

공장문을 닫으면서 형제들과의 알수 없는 갈등으로 처갓집과는 발길마저 뜸했던 터라
집사람도 말을 하지 않고 있다가 수술한지 한달이나 지난 뒤에야
혼자말처럼 수술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연세가 연세인지라 얼마나 사실지도 모르는데.....
한번 뵈어야 겠다는 마음을 먹고
어차피가는거 하루 묶고올 요량으로 토요일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장어탕을 준비해서
아들과 함께 차에 올랐습니다.
집사람은 말은 안하지만 엄마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나에 대한 원망보다는 내심 반가워하는 눈칩니다.
아무리 여러가지 이유로 처갓집을 멀리 한다고는 하지만
미리 얘기를 할 일이지.....


"장모님 전서방입니다......"
처갓집에 들어서는데 방문 입구에 요강이 보입니다.
사위가 오는데도 제대로 일어나 앉지도 못하고 업드려 있는 장모님을 보니
눈물이 핑 돕니다.


이런저런 얘기에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있다가
우리식구 모두 장모님 방에서 같이 자기로 하고 자리를 펴고는
새벽 두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습니다.
한참을 자고 있는데 두런 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막 잠에서 깨어난 터라 처음엔 잘 보이지 않았는데
어렴풋이 집사람이 장모님의 다리를 주무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엄마 있짜나....전서방이....

그런게 아니고....

형부가 전서방 통장을 다 털어가지고....

그래서....

지난 얘기를 하는 모양인데

얘기가 끝도 없습니다.

에그....나 정당한거 말할려고 엄마한테 다른 형제 험을잡다니....

뒤척이는척 하다가 막 깬것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습니다.

음.... 아직 안자?? 몇시고?

5시반이요, 아빠....

어? 아들도 안자고 있었어?

이녀석도 엄마가 밤새 엄마의 엄마 다리를 주무르는걸 보며

자는척하며 뒤척이고 있었나 봅니다.

 

아침일찍 나서기로 헀는데

처남과 처수는 또 이것 저것 차로 하나가득 실어주십니다.

엉금엉금 기어서 거실로 나온 장모님이

잘가라고 손을 흔드는 모습을 뒤로하고

처갓집을 나섰습니다.

 

사는게 뭔지.....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발길 까지 끊고.....

장모님 미안합니다....정말로 미안합니다....




Bells Of San Sebastian
Giovanni Marradi